결국 제재와 압박

트럼프와 김정은이라는 양극단에서 문재인이 적절한 중재자로서 역할한 부분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여지껏 어떤 역대 미국 대통령보다 강경한 대북입장을 표명하는 대통령인 점은 문재인에게는 역설적이게도 행운으로 작용한 면이 있다. 한국의 상대가 트럼프 못지 않은 김정은인 점에서 비추어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트럼프가 온건한 입장으로 접근했다면, 혹은 그 전임 대통령과 같이 대북문제에 이정도의 열성으로 집중하지 않았다면 문재인이 아무리 채찍을 들었어도 북한은 콧방귀도 끼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채찍을 들 마음이 있었는지도 불투명하겠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나타나는 외교적 감각은 확실히 노무현의 오류와 패착을 자신들이 스스로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차의 외교성적표'만'으로는 이미 노무현 정부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한다. 지금까지는. 하긴 노무현의 성적표가 워낙 마이너스 성적표라 문재인 정부가 어지간한 실책을 범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이러한 성과만 놓고 보더라도 노무현 성적표에 뒤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기까지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트럼프와 문재인이 꽤나 좋은 케미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가 영리하게 북한을 이용하고 관리했다면, 문재인은 이러한 트럼프를 영리하게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맞을 위기에 처한 사람은 때릴 사람보다 말리는 사람에게 일단 화해의 의사표시를 전하기 마련이다. 민망하기도 하고, 결과가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을 때는 더더욱 궁지에 몰릴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볼 때, 적어도 대북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문재인과 트럼프는 아주 적절한 시기에 양국의 최고지도자로서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한다.

평창동계올림픽부터 지금의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가 결과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결국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제재와 압박이 필수적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방한했을 때 '전쟁가고 평화오라'는 현수막을 내걸며 극렬하고 소란스럽기 그지없는, 민망하고 부끄러운 극성을 떨어대던 자들은 정말 그말이 자신들의 진심이라면 트럼프에게 사과와 동시에 감사를 표해야 함이 마땅하다. 평화를 부르짖던 자들은 이번 기회에 똑똑히 보고 느껴야한다. 무엇이 평화를 가져다주는지를. 무엇이 실체적인 실재로서의 평화를 가능하게 하는지를. 제발 그들에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인간의 양심과 이성이란 것이 있기를 빈다. 그리고 아울러, 이러한 성과를 보고 이제 앞으로 장밋빛 로맨스만 펼쳐지리라 낙관하는 순진한 낙관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순진한 낙관론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속보로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정상회담이 백지화됐다고 해도 놀랄 것이 없다. 그들은 늘 그런 식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더 절실한 반응은 이제 곧 평화가 오리라는 순진한 낙관보다는 아직까지도 갈 길이 멀다는 경계와 의심을 풀지 않는 냉철함이다. 그러한 반응이 주류를 이룰 때 정부도 북한도 모두 적당한 긴장감으로 협상에 임할 수 있다. 김정은이 본인 입으로 한국 국민의 대북인식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하지 않았던가. 결코 뒷통수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 그점을 문재인 정부도 모르지 않으리라 희망한다. 

그동안의 대북문제에 있어서 굴욕적이라 여겨지던 부분들이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에 얼마만큼의 개연성을 가지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대북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철저히 전략적인 자세로 굴욕마저 감내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 셈이 됐다. 정말 실제로도 그러했었길, 그리고 그러하길 소망한다.

트럼프는 일국의 대통령, 그것도 미국이라는 나라의 대통령이다. 미치광이네 어쩌네 떠들고 호들갑 피우던 한국 언론과 일부 세력들은 트럼프에 대한 평가를 이번 기회에 재고해야한다. 이 현상이, 이 성과가 정말로 무엇이 근거가 되고 원인이 되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지 무엇이 김정은을 협상테이블에 나오게 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분석하고 파악한 데이터야말로 향후 북한이라는 유사국가와 어떻게 협상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아주 유익한 지표가 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귀중한 자산인 셈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자리에 있을 때 그 사람이 밉고 원망스러우면 그 자리까지 폄하하고 만다.  대통령? 하, 그거 뭣도 아니네, 걔가 그걸 하는거 보면. 이런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밉고 원망스러워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사람이 괜히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이나, 트럼프나. 뭐 어쩌면 김정은도. 

덧글

  • 피그말리온 2018/03/09 21:47 #

    트럼프의 강경노선 때문에 문재인이 해볼만한게 많아진건 맞긴 하죠. 문제는 그렇게 얻은 땅이 불모지에 불과하다고 할까. 데이터라고 해도 이전과는 다를 것이 없는 데이터고요. 다만 문재인은 이걸로 자기가 뭔가를 했다고 외치고 다닐 수는 있을겁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만일 문재인이 이제까지 중국과 북한에게 엎드려왔던 자세에서 180도 변화하여 그걸로 판을 이끌 수 있다면 그 때는 정말로 인정하겠지만...그러기에는 너무 엎드렸달까요.
  • 삼산 2018/03/10 02:04 #

    상대가 김정은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다른 데이터와는 다르게 평가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와는 다르죠. 그렇기에
    앞으로 활용가치가 있다는 것이구요. 향후 김정은이 얼마나 집권할지는 모르지만 이번 정상회담 결과로 '통일'이 나오지 않는 이상 김정은은 자기 할아버지나 아버지보다 길면 길었지 짧게 집권할 것 같진 않군요. 사실 온갖 고질병이랑 만성질환을 덕지덕지 달고 있을 것도 같긴 하지만... 김정은의 심장마비가 먼저냐 통일이 먼저냐. 모를 일이죠.
  • 여진족이 된 예맥 2018/03/09 22:05 #

    북핵은 조미간의 문제라는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낭북대화보다 조미간의 대화를 우선시한 정책의 결과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이고 북핵포기에 대한 반대급부를 무엇으로 줄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죠.
    미군철수 밖에 없을 듯한데 트럼프는 그것을 충분히 내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한국은 그것을 각오하고 있어야 겠죠.
  • 삼산 2018/03/10 02:01 #

    주한미군은 통일 이후에나 철수를 고려하면 됩니다. 일각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부르짖는 사람들을 보면 '자주, 자립' 등과 같은 폐쇄적, 소아병적 민족주의, 혹은 잘 쳐줘도 식민지시절 민족주의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더군요. 귀하께서 그런 분은 아니길 빕니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가지는 상징성과 군사적,안보적 중요성에 대해서 크게 공감하지 않는 모양새고, 트럼프
    본인도 동맹국 주둔군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후보 시절부터 공공연히 표명한 것을 보면, 귀하 말씀처럼 주한미군 철수를 카드로 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우리 정부에서 막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망상적 주사파들, 아직 자신들의 과거 영광에 젖어 향수에 취해있는 비전향 주사파들이 잠재한다고 '의심'되는 문재인 정부에서 혹여나 그런 이해타산에 휘말려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네요.
    우리가 미국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참 멍청하고 비겁한 사람들이에요. 본인들이 애초에 그런 생각과 자세로 사안을 바라보니까 끝도 없이 그런 쪽으로 망상을 펼치기 마련인거죠. 뭐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니까요. 주한미군? 우리가 철저히 이용해먹으면 됩니다. 아주 뼈까지 쪽쪽 빨아먹으면 되요. 수십만의 미국 민간인과 군인들이 한국에 상주한다는 것, 또 그것을 유지하는데 미국이 자기들 돈을 붓는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은 분명 미국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있겠죠. 그렇다면 더더욱이 우리가 주한미군을 이용해먹어야죠. 저는 반미주의자들의 주장을 보면 참 멍청하다고 생각해요. 진짜 만약 반미주의자라면 어떻게든 주한미군을 한국에 유치 및 유지하라고 주장할텐데 말이죠. 전쟁나면 미국인들 죽고, 미국돈 쓰고... 얼마나 미국하테 손해에요. 그런데도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고 하는 사람들 보면 어쩌면 진정한 친미주의자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네요 ㅎㅎ
    결론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는 우리하테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우리가 협상에서 제시할 것은 제재철회와 압박순화 정도면 충분해요. 이제 드디어 한미공조 아래서 때리는 채찍이 효과를 본 거에요. 그런데 이 마당에서 채찍을 불살라버리다 못해 건네주라니요. 가당치 않죠. 그저 채찍을 살짝 감추고 당근 반토막 정도만 썰어주면 되요. 다시 까불면 이번에는 그전보다 훨씬 매섭게 내려쳐주고요. 언제든지 너를 때릴 수 있는 채찍을 우리가 들고 있다는 것을 계속 각인시켜줘야죠. 만약에, 만약 정말 만약에 주한미군 철수라는 카드가 협상 테이블에 올려진다면, 바로 그 순간이 우리 정부가 역할을 할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 지켜볼 일이죠. 샴페인은 북한이라는 나라를 더 이상 지도에서 찾아볼 수 없을 때에 터트려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 여진족이 된 예맥 2018/03/10 02:17 #

    조미간에 풀라며 자리를 마련해주고 미군철수는 절대 안된다며 개입하는 것은 맞지가 않죠. 대만에서 미군철수를 극구 반대했지만 카터는 미군을 철수시켰습니다.
  • 삼산 2018/03/10 02:54 #

    우리 한국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는 것 아니었나요? 제가 착각했나 보네요. 미국의 입장에서라면 지금 귀하께서 말씀하신게 맞겠죠. 저는 우리 한국이 어떻게 해야할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시는 걸 보면 아예 목적 자체가 '주한미군 철수'에 애초부터 설정되신 것 같네요. 맞지가 않는다구요? 푸하하 그렇죠, 그렇게 따진다면요.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통일은 대한민국하고 북한이 하는건데 왜 미국하고도 북한이 정상회담을 하나요? 맞지가 않죠. 귀하께서 말씀하신대로 '맞지가 않다'라는 표현이 정말 그러하다면 애초에 전쟁이 왜 나고, 분단이 왜 됐으며, 미국하고 소련 중국은 왜 개입했나요. 정치는 특정 사안을 뚝 띠어와서 개별적으로 그 사안만 가지고 논리적 정합성을 따지면서 하는게 아니죠. 그건 토론장에서나 따지는거구요. 협상테이블에선 정치를 해야죠. 물론 정치에서도 논리적 정합성은 중요하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죠. 저는 비핵화를 원하고 대한민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원합니다. 아무래도 저와 귀화의 목적의식 자체가 다른 것은 아닌가 싶네요.
  • 여진족이 된 예맥 2018/03/10 04:23 #

    통일은 남북의 문제지만 북핵은 조미간의 문제죠.
    조미대화를 주선한 것도 그런 배경 아닌가요?
    김조의 핵무장을 두려워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습니다.
    미국을 겨냥한 거라는 걸 알고 있는 거죠.

    그리고 통일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죠.
    공존을 통해서도 통일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한일, 한중 그리고 한월 정도의 관계만 되어도 좋습니다.
    물론 미군철수가 출발점이 되겠지요.
  • 삼산 2018/03/10 08:48 #

    본인의 입장을 마치 전체의 입장과 지향인 듯 호도 혹은 착각하고 계시는군요. 희망사항이야 본인의 자유라지만 아집이 되어선 안 되겠죠. 오래전에 이미 우리는 출발했습니다.
  • 여진족이 된 예맥 2018/03/10 08:42 #

    여긴 다 개인의 의견을 말하는 겁니다.
    전체의 입장은 선거를 통해 꾸려진 정부의 대변인을 통해서 나오죠.
    여론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군철수 남북공존을 통해 소모적인 경쟁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습니다.
  • 삼산 2018/03/10 08:58 #

    그렇습니다. 개인의 의견을 말하는 곳 맞죠. 그리고 저는 정부 대변인의 말이라고 할 지라도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사실 전체의 의견을 어떻게 말합니까. 전체의 의견이라는 명제는 사실 거짓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파쇼나치들에게는 진실일
    수 있겠지만 우리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죠. 그렇기에 전체의 의견이라는 것은 사실 애당초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는 문제에요. 제가 귀하의 말을 호도 혹은 착각이라고 말한 것이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죠. 마치 귀하께서는 전체의 의견을 다 알 수 있는 것처럼, 혹은 다 아는 것처럼 말씀하고 계신다는 거에요. 저는 위 답글에서 귀하의 말을 문제 삼은게 아니라 귀하의 태도를 문제삼은겁니다. 귀하는 지금 길거리에다 삐라를 뿌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저 '주한미군 철수'라고 적힌 삐라를 말이죠. 잘 알겠습니다. 귀하께서 주한미군 철수를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는. 물론, 본인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게 일방적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다면 '답을 정한채로' 말을 꺼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건 어떤 대화에서나 마찬가지죠. 그런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죠. 마치 벽하고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귀하의 글에 다는 마지막 답글입니다.
  • 朝米협상은 미군철수 2018/03/10 10:07 #

    미군철수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토론이 가능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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